일기장/호구지책

까대기의 추억

nsync620 2020. 9. 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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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에 제대를 했다. 

 

제대 하자마자 그 다음날 부터 학교생활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1년 휴학계를 냈다. 

 

그러고는 맨날 놀고먹기만 할 수 없으니 이리저리 먹고 살 방도가 있어야 겠기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에 우연찮게 

'택배상차하 알바'가 눈에 들어왔다. 

 

택배상하차가 뭐 지금은 극한알바, 헬게이트알바 등등으로 알려져있는, 아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알바로 정평이 나있지만, 알바자리를 찾아볼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그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와 마주한 지독히 냉혹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근간으로써의 역할을

지금까지도 아주 톡톡히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월요일 부터 토요일 까지 해서, 오전 6시 부터 오후 1시 까지. . .  대략 1년 정도 일했던 것 같다. 

내가 했던 일은 그냥 박스를 어마어마하게 실은 트레일러 안에 들어가 택배기사들이 배송을 나갈 수 있게 밖으로 하차 해주는 일이었다.

 

하루에 보통 네다섯개 정도 되는 트레일러를 까대기 치는데, 그 트레일러 안은 정말이지 사시사철 여름만 지속되는 신기한 공간이었다. 정말 무진장 더웠다. 한겨울에도 웃통 다 까고 땀 뻘뻘 흘리면서 일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바깥날씨는 여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갔던 컨버스 신발 밑창이 트레일러 속에서 녹았을까? 

 

택배상하자. . . 

멍때리고 있다가 그 때의 추억이 갑자기 떠올라서 한번 끄적거려 본다. 

그 때는 전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터라, 가진 건 깡 밖에 없었을 때라 멋도 모르고 덤벼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 . 해라면 못할 것 같다. 

 

아니,

 

안한다. 

 

그래도,

 

존버정신을 알려줘서 그때 그 추억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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